◆ 이노비즈 기업의 힘 ◆
산업자동화 설비의 주요 부품인 유압·공압기기 강소기업인 한국도키멕은 매년 매출액의 4~5%를 연구개발(R&D)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'기술혁신형 중소기업(이노비즈기업)'이다. 지난 3년간 한국도키멕이 채용한 직원은 50여 명에 달한다. 그것도 대부분 정규직이다. 연봉도 직무에 따라 3000만~5000만원으로 대기업 못지않다.
한국도키멕이 이렇게 매년 사람에게 투자할 수 있는 비결은 '융합기술' 같은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다.
지난해 연매출 500억원을 돌파한 한국도키멕은 유압식 사출성형기의 부품인 서브모터와 펌프를 만든다. 모터 회전수 제어시스템을 적용해 불필요한 운전비용을 줄여주는 제품인데 국내외 300여 개 거래처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.
1998년 설립 후 6000억원 규모인 국내 유·공압기기 시장에서 국산화를 선도해왔다. 조홍래 한국도키멕 대표(사진)는 "제품보다 사람에게 먼저 투자하는 게 성공 비결"이라고 강조한다. 중소기업 현장에서 바라본 '양질의 일자리' 창출은 기술혁신과 인재투자가 핵심이란 진단이다. 시장 경쟁은 치열하지만 내부 경쟁이 약한 데다, 큰 기업에 비해 인재가 상대적으로 적어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 현장에서 흔히 제기되는 문제다.
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(STEPI) 혁신기업연구센터 센터장은 "R&D와 인재에 대한 투자가 곧바로 단기적인 매출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불경기에 놓일수록 연속적인 R&D와 인재 투자로 성장 모멘텀을 잃지 않는 것이 남다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"이라고 지적했다.
최근 이노비즈협회(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)가 2010~2016년 7년간 꾸준히 일자리를 만든 회원사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신규 채용으로 연계한 게 공통점으로 분석됐다. 한국도키멕과 함께 켐트로스, 대우전자부품 등 269개 기업이 그런 곳이다.
이들 기업은 투자비중은 달랐지만 R&D 투자와 함께 2010년 이후 7년간 연속으로 R&D 전담인력을 비롯한 채용을 지속했다. 이들 기업의 R&D 투자액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.7%에 달했다.
2006년 설립된 화학소재 전문기업 켐트로스도 R&D에 강한 기업이다. 핵심역량인 유기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제와 비만치료제에 들어가는 핵심 중간 원료를 개발·생산해왔다. R&D와 인재에 대한 선투자로 최근 바이오를 넘어 2차전지 소재와 전기전자 소재로 사업을 확장했다. 종업원 110명 가운데 R&D 전담인력이 30여 명에 달한다.
전상현 켐트로스 이사는 "연구인력과 함께 R&D에 연계된 생산인력을 신규채용으로 선제적 투자를 한 뒤 사업화가 가능한 적기에 시장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"며 "회사의 성장동력이 R&D와 사람에 있어 올해 R&D 투자를 지난해보다 늘릴 것"이라고 전했다.
R&D와 인재에 대한 선투자 효과는 업력이 오래된 전통 제조업종에서도 마찬가지다. 자동차용 전장부품을 만드는 대우전자부품은 매년 매출의 8.9%를 R&D에 투자해왔고 2010년 이후 7년 연속 연평균 95%씩 채용을 늘렸다. 전체 종업원 215명 가운데 50여 명이 R&D 전담인력이다. 이석호 대우전자부품 부장은 "지방 소재 기업일수록 고급인재 뽑기가 어렵기에 대졸 초임 4300만원 외에도 복리후생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편"이라며 "선투자 개념으로 사람을 미리 뽑고 지난 2월에도 대전R&D연구소를 신설해 새로운 친환경차 전장부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"고 말했다.
[안갑성 기자]
[ⓒ 매일경제 & mk.co.kr,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]
http://news.mk.co.kr/newsRead.php?year=2017&no=471454